나이가 들어갈수록 건망증이 심해지는 어쩔 수 없다. 내겐 주로 대중교통에서 건망증이 생겨난다. 특히 평소와 달리 무언가 손에 추가로 쥐고 있을 때 그렇다.
우산, 손수건, 목도리는 다 잃어버려 봤다. 가끔씩 퇴근길에 간식이나 물건을 쇼핑백에 넣어 챙겨오다 그대로 버스 좌석에 놔두고 온 적도 있다.
한번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인지해서 찾은 적이 있다. 다행히 그 버스의 차고지가 집에서 10분 거리였기에. 게다가 아무도 건들지 않아 쇼핑백은 종점까지 그대로 버스와 동행했다.
우산 몇 개와 손수건, 매우(!) 아끼던 목도리는 결국 찾지 못했다. 목도리는 겨울에 버스에 타고 잠시 무릎 위에 올려놨던 것이 떨어졌던 걸로 추정할 뿐이다.
지난 주엔 선물로 받은 간식과 편의점에서 산 에너지바를 쇼핑백에 넣고 버스에 탔다가 그대로 놔두고 내렸다. 그게 사흘이나 지난 어제서야 기억이 났다. 누군가는 맛있게 먹었으려나.
사실 예전엔 무언가를 사러 나갔다가 가게에 들어가서 그 무엇이 생각 나지 않아 빙빙 가게 안을 돌다 나온 적도 있다. 오히려 요샌 메모를 자주 해서 그런 일은 없다.
내 기억력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을 체감한 후론, 언제든 중요한 기억들은 외주화해서 메모지든 스마트폰이든 저장해 두려 한다. 물론 그러기 전에 잊어먹는 것도 부지기수겠지만.
뇌가 총명해서 제때 바로 기억이 난다면 좋겠지만 그걸 기대하긴 힘들다. 그리고 끊임없이 되새기며 안 좋은 머리를 혹사하느니 차라리 스케줄러와 알람에 의지하는 게 효율적이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