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허쉬 내한 공연에 즈음하여

프레드 허쉬가 다시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리나케 예매를 마쳤다. 그의 공연을 두 번 직접 봤다. 한 번은 2014년 트리오였고, 나머지는 2018년 솔로였다.

2013년 방영된 EBS의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되었으니, 약 1년 뒤의 공연은 나에게 그 자체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러나 음악 바깥에서 기억에 남은 몇 가지 곁다리를 적어 본다.

2014년 봄의 기억

나는 마포아트센터 대극장 1층의 제일 끝 구역에 앉아 있었다. 아마 제일 끝에서 두 번째 줄 이었던 듯싶다. 뒷문이 열릴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공감]의 여파인지 객석은 거의 채워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체로 많은 공연장이 그렇듯 여성 관객이 많았다. 10대~20대, 젊은 층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신기한 것은 말끔히 차려 입은 30~40대 중반의 여성 무리를 종종 마주쳤던 점이다. 내 뒤쪽의 서너명의 무리는 공연 전부터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다. 어쩔 수 없이 듣게 된 내용은 이런 것들이었다.

‘우리가 선생님한테 배울 땐 말이지…’, ‘선생님 요즘 인기가 너무 좋으셔…’, ‘이제는 우리 학교에서 안 가르치시나…’.

오랜만에 만난듯한 학교 동문들끼리 열심히 ‘라떼’를 나누고 계셨다. 인터미션에서도 목격이 이어졌다. 신기하게 대부분 여성들이었다.

프레드 교수님이라고 부르던 조금 더 어려 보이는 분들의 무리부터, 오랜만에 만난 듯 서로를 알아보고 반가워하며 이내 ‘선생님(교수님)’ 이야기를 이어가던 분들까지.

아마도 그 공연이 비슷한 시기 유학하며 프레드에게 배웠던 사람들에게 일종의 홈커밍 역할을 했나 보다.

이어진 사인회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며, 프레드 허쉬와 반갑게 인사하는 제자 무리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캔맥주를 들이키며 싸인을 해주던 존 에이베르의 모습과 함께 기억에 남았다.

‘재즈 교육’이 처음으로 내 머릿속에 의식적으로 다가왔던 경험이었다.

2018년 겨울 끝자락

그 이후 몇 번 공연을 놓치고 그를 다시 봤던 2018년의 솔로 공연. 공연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다른 분위기에 놀랐다. 관객 연령대가 다양했는데, 그 중에 젊은 층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 사인회에서도 첫 공연 때보다 대기줄이 훨씬 길었기에 오랜 시간 주변인들의 대화를 들어야했다. 젊은이들 무리가 많았다. 그들의 화제 상당수는 연습, 리허설, 수강 신청 변경 같은 것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쉴 새 없이 새로 배우게 될 과목이 얼마나 어려운지, 연습을 얼마나 해야하는지 걱정하면서도, 중간중간 프레드 허쉬의 공연이 얼마나 죽여줬는지 대화를 나눴다. 어린이, 청소년들과 그 부모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수줍게 사인을 받는 모습을 찍던 부모의 모습도 기억난다.

(너무 줄이 길어 포기할까 여러 번 생각하다 겨우 사인을 받았다. 공연 몇 달 전 그가 냈던 자서전을 내밀었는데 그가 반가워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근 몇년 만에 프레드 허쉬가 한국 재즈 교육 커리큘럼에서 상당히 영향력을 이미 가졌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 그 즈음부터는 유뷰트에서 그의 곡으로 입시 준비를 하는 영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2023년 공연은 어떤 모습일까

그의 공연은 원래 1회 개최로 발표되었다가, 예상보다 뜨거운 예매 열기 덕에 1회 공연이 추가되었다. 마지막 공연 후 5년이 넘게 흘렀지만 아직도 한국에서 그의 영향력은 커 보인다.

이제 그의 나이도 70에 가까워지고 있다. 50대 중반에 맞이한 르네상스는 커리어의 끝까지 이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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