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글은 무엇일까

좋은 ‘음악글’은 무엇일까? 항상 고민하지만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질문이다.

우선 ‘음악글’은 사전에 없는 단어이다. ‘음악에서 비롯된 글’,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쓰인 글’로 간단히 정의해 본다. 영어로 music essay나 writing about music 정도가 가까운 표현이겠다.

이 카테고리에서는 앞으로 음악글, 그 자체에 대한 내 생각을 풀어나가며 정리하려고 한다.

원론, 기준의 차원에서 규범적인 이야기도 꺼낼 것이고, 좋은 글과 나쁜 글의 실제 사례를 보는 글도 써 볼 예정이다.

먼저 좋은 글이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 일단 (실제 독자가 있든 없든) 남에게 보여줄 것을 전제로 하는 글로 한정하자.

좋은 글은 잘 읽히고 재미 있어야 한다.

‘잘 읽히는 것’은 가독성/의미 전달의 문제이고, ‘재미 있음’은 흥미 유발의 차원이다. (글의 성격과 무관하게) 독자의 집중력을 높이고,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여기에 글의 장르, 성격, 형식 등에 따라 세부 기준은 달라질 것이다. 문학이라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다만, 내가 이 사이트에 올릴 글이 모두 비문학적 글이기에 여기서는 문학은 제외한다.

비문학에서 좋은 글의 기준은 비교적 오랜 세월, 여러 사람들에 의해 확립되었다. 공통적으로는 이럴 것이다.

Ο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낼 것. 
Ο 명확한 언어(단어, 문장, 문단의 수준에서 모두)를 구사할 것.
Ο 자기 객관화에 충실할 것(사실, 생각, 주장을 잘 구별할 것).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장르에 따라 추가되는 기준이 다르다. 설명문이라면 정확한 정보를 담아야 하고, 논술문이라면 논증에 충실해야 한다. 감상문이라면 느낌을 뚜렷이 함축하여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로운 에세이도 읽는 사람에게 인상을 남겨야(정신적, 감정적 동요를 일으켜야) 한다.

기본을 갖추고 개성(구성 및 문체의 스타일)까지 쌓아갈 수 있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테다.

그러면 여기에 음악글을 대입해 보자. 음악과 연관된 글에는 감상문, 소개글, 리뷰, 분석문 등이 있다. 시중의 음악글의 대부분은 소개글과 리뷰이다(그렇기에 가장 많이 실패하기도 한다).

소개글은 설명문과 감상문의 중간 영역에 있다. 리뷰는 설명문과 논술문의 중간 영역에 있다. 작가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글의 얼굴은 조금 달라질 것이다.

물론 리뷰와 소개글은 엄연히 차이를 지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선 구분 없이 쓰이는 경우가 많다.

즉 소개글은 독자가 음악을 듣고 궁금해 할만한 정보를 잘 포함하며 자신의 감상을 명확하게 드러내면 된다. 리뷰는 균형잡힌 태도로 음악에 대한 가치 평가를 확실히 내리면 된다. 정보도 일부 들어가지만 부차적이다.

하지만 언제나 함정이 있다.

주요 실패 요인은 다음과 같다.

Ο 핵심에서 동떨어진(혹은 부차적인) 사실의 나열에 치중하는 경우
Ο 사실과 주장의 구별이 철저하지 못한 경우
Ο 설명/논증에 철저하지 못한 경우(사견/편견의 진술만 있을 뿐, 그 근거가 없거나, 비논리적인 경우)-이것이 만약 비난이나 평가절하와 연관되어 있다면 그 글을 최악이 된다.

이야기하려는 음악/음악가에 대한 기조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런 실패는 발생한다. 근거 없는 상찬/비난만 담긴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음악은 당대 장르에서 최고의 결과물이며… 미증유의 미적 성취이며…”

“이런 음악은 수준이 낮고… 가치를 찾을 수 없는…”

이런식의 진술들이다. 그런데 결국 그 근거는 ‘내가 들어보니까’, ‘내 마음에 안 들어서’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결국 글을 쓰는 도중 끊임 없이 자기 객관화와 퇴고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식의 작업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더구나 음악 글쓰기를 어렵게 하는 음악 자체의 속성이 있다.

음악을 언어로 환원하는 작업의 어려움

음악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듣는 순간에는 생생하지만 멈추는 순간 모든 게 사라진다. 웬만한 음악글이 감흥을 주기 어려운 이유이다. 대체적으로 음악과 감상은 아래 특징을 지닌다.

Ο 음악의 추상성
Ο 감상의 개인성

가사가 있는 음악조차 소리의 형태로 불려질 때 그 느낌은 추상적이다. 가사가 없는 음악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추상성 마저 듣는 사람 마다 다르게 받아들인다.

간혹 음악의 느낌에 대해 과도한 수식어를 남발하며 묘사하는 시도들이 웃픈 인상만 남기고 끝나는 까닭이다. 주관과 객관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못하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끊임 없이 듣고 쓰는 삶

그렇다고 좋을 글을 쓰려는 시도를 멈출 수는 없다. 잘 쓴 글은 좋은 음악 못지 않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 단어와 문장, 문단으로 내적인 리듬과 음악성을 확보하며 좋은 음악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단순히 다른 사람과 내 감정을 더 잘 공유할 수도 있고, 혹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줄 수도 있다. 흩뿌려져 있던 사실들을 엮어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수도 있다. 이게 모두 좋은 음악글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결국 계속 듣고 쓰는 삶을 사는 것 뿐이다. 좋은 글의 기준으로 자신의 글을 계속 돌아보면서.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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