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 가족이 동네 음반점에서 클래시컬 피아노 컴필레이션을 사왔다. 지금도 클래시컬 음악에 큰 관심은 없지만, 다른 세계를 알게 해준 작고 소중한 계기였다.
쇼팽의 미닛 왈츠(Waltz in D-flat major, Op. 64, No. 1)는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음악 중 하나다(헝가리 행진곡이나 트로미메라이도).
그 컴필레이션은 지금 온라인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대신 가장 전형적인 연주부터 살펴본다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연주.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느껴진다.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버전. 전반적 속도는 더 빠르지만 중간 섹션은 더 완연해지는 속도 대비가 인상적이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버전. 중간 섹션에서 약간의 변용을 주는 게 재밌다.
이 밖에도 다니엘 바렌보임, 유자왕, 랑랑 등의 버전도 모두 훌륭했다.
본론은 여기부터다. 내 관심사가 주로 논클래식컬 음악에 집중된 만큼, 여기서도 이 생기 발랄한 음악을 다양한 스타일과 리듬으로 풀어낸 버전에 집중한다.
James Booker – Black Minute Waltz
[Junco Partner] (1976)
뉴올리언스 피아노 레전드 제임스 부커의 버전. 처음 들었을 때, 일종의 계시처럼 느껴졌다. 매우 느린 블루지한 느낌으로 이 곡이 지닌 아름다움을 구석구석 살펴 내린다. 마지막에는 다시 원곡에 가까운 빠른 템포로 변모한다. 뉴올리언스 R&B와 클래시컬 음악의 만남이라니! 그는 여러 차례 이 곡을 라이브에서 연주했다.
Noah Baerman – Minute Waltz
노아 베어만(Noah Baerman)의 솔로피아노 재즈 버전. 최근 몇 달 사이에 이 버전을 참 많이 들었다. 재미있고 리드미컬하게 편곡된 테마 부분을 지나면 솔로가 시작된다. 처음엔 느리고 관조적으로 진행한다.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어 대략 절반이 지나면 매우 격정적이고 소울풀하게 바뀐다. 비단 이 곡 뿐 아니라 앨범에 담긴 모든 곡이 개성이 넘친다.
설리번 포트너도 연주한 적이 있다. 쇼팽과 제임스 부커에게 동시에 바치는 연주이다. 원곡의 테마 자체도 많이 변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