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잠들기 전 들은 앨범)
타미 플래너건의 In His Own Sweet Time(1994)를 들었다. 그의 많지 않은 솔로 앨범 중 하나이다. 엔자레코드의 보관 창고에 잠들어 있다 2020년에야 발매되었다고 한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전반적으로 느린 템포와 부드러운 분위기로 앨범이 진행된다. 물론 마일드한 템포에서도 플래너건은 항상 제대로 스윙한다. 그의 연주는 항상 감정을 직접 건드리는 느낌을 준다. 이 앨범도 예외가 아니다. 어떤 시간대에 들어도 잘 어울릴 음악이다.
예전에 어느 잡지에 실린 이 앨범 리뷰를 보고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무난히 돌려 말했지만 축약하면 이랬다. ‘수많은 리더, 사이드맨 작업을 했지만 오리지널리티가 딱히 없고… 작곡도 그다지 특색이 없다…’. 유일한 호평은 부담없는 ‘정겨운 연주’를 들려준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잡지에 따지고 싶은 불만이 많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덜 유명한)재즈 거장에 대한 글들에서 편견, 게으름, 얕은 감상의 깊이, 정확한 사실 조사의 부재로 점철된 글들이 많다. 그마저 글 수도 매우 부족하다. 그에 비해 이른바 잘 팔리는 ‘월드클래스’에 대해선 긍정적인 상찬만 늘어놓은 글이 많다. 이에 대해서도 앞으로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볼 생각이다.)
재즈를 듣기 시작하고 한동안 타미 플래너건을 교과서, 역사서 속 옛날 사람으로만 여겼다. 그런 내게 충격을 준 건 유튜브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의 솔로 영상들이었다. 처음 봤던 게 빌리 테일러가 진행하는 TV 쇼에서 연주된 With Malice Toward None이라고 생각했다. 기억이 틀렸다. 오랜만에 검색해보니 정확하게는 이 몽트뢰 1981년 라이브였던 듯하다. 첫 곡이 WMTN, 마지막 몽크 메들리도 매우 좋다! 먼저 언급한 빌리테일러 쇼에서도 훌륭한 솔로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그의 음색과 터치 뿐 아니라 즉흥을 이끌어나가는 방식은 특별하다. 건반을 짚는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 속으로, 불안과 주저없이 뛰어들어 발전시키는 연주는 진부함이 들어올 자리를 주지 않는 듯 느껴졌다.
왜 그의 동년배 피아니스트들이나 후배들이 그를 위대하다고 여기는지 알만했다. 특히 프레드 허쉬는 여러 인터뷰에서 그 점을 강조했다. 타미 플래너건에 대해서만 인터뷰한 기사를 본 기억이 나는데, 다시 찾으려니 못찾겠다. 하지만 이던 아이버슨과 가진 이 인터뷰에서도 왜 프레드가 타미를 위대하게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잘 들어볼 수 있다.
(나도 기회가 닿는다면 그의 작품을 더 많이 듣고 나만의 온당한 한마디를 더해 보려 한다.)